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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리뷰

영화 서부전선 이상없다 리뷰 - 전쟁 영화, 넷플릭스 신작, 실화 기반, 소설 원작

by 씀씀이의 이모저모 2022. 12. 29.

 

영화 소개

영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먼저 원작 소설에 대해 알 필요가 있습니다. 이 영화는 원작 소설 에리히 마리아 레마르크(Erich Maria Remarque) '서부전선 이상 없다'를 토대로 만들어졌습니다. 작가는 1898년 독일에서 태어나 열여덞에 징집되어 세계 1차 대전에 참전하였습니다. 그리고 그 전쟁 경험을 토대로 책을 집필하게 됩니다. 당시 세계는 1차 대전, 2차 대전으로 큰 혼란을 가지고 있었고, 그의 책은 현실적이고 서정적이며 꾸밈없는 문체로 인해 대중들에게 엄청난 공감을 불러일으켰습니다. 그는 반전에 대해서 강력하게 주장하였는데, 나치 정권이 들어서면서 목숨에 위협을 느끼고 미국으로 이민을 가 거기서 꾸준한 작품 활동을 합니다. 

'서부 전선 이상 없다'는 작가의 제 1차 세계 대전 체험을 바탕으로 한 것으로, 한 병사가 경험하는 전장을 감정의 개입 없이 담담히 묘사하고 있습니다. 이 소설은 대단한 이데올로기나 정치적 판단이 들어 있지 않습니다. 다만 소수 권력자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일어난 전쟁의 참상과 그로 인해 보통 사람들이 겪는 고통을 사실적으로 그렸을 뿐입니다. 그 이면에는 인간의 가치가 짓밟히는 상황에 대한 분노와 절망이 숨어 있습니다. 레마르크는 이러한 관점을 충격적으로 제시한 최고의 작가였습니다. 이 영화는 이러한 소설을 바탕으로 만들어졌는데요. 현대적인 영상미와 고전의 단순함과 클래식함이 잘 어울러진 영화라고 할 수 있습니다.

 

영화 줄거리

교복을 입고 있는 고등학생 파울 보이머와 그들의 친구들은 전쟁 참가 의사를 서로에게 물어봅니다. 다른 친구들이 모두 전장 참여의사를 밝혀 파울 보이머 또한 부모님 몰래 신청서를 제출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을 포함한 전쟁에 참여하는 어린 학생들은 선생님의 연설을 통해 고무되고 자신감이 흘러넘치게 됩니다. 전장에서는 영광과 투지와 열정만이 있을 것이고 그들은 조만간 파리에 입성할 것에 대한 기대를 하며 노래를 부릅니다. 하지만 기쁨도 잠시 전장에 도착한 순간 그들은 그 모든 것들이 신기루였던 것을 깨닫습니다. 전쟁을 통해 영웅이 되고, 애국을 하고 싶다는 마음은 피가 튀기고 폭탄이 빗발치는 곳을 보며 순식간에 사그라들었고, 공포와 절망, 절규만이 그들을 에워싸고 있었습니다.

그들은 전쟁의 참혹함을 시간이 지나는 내내 깨닫습니다. 본인들이 기대했던 전쟁은 온데간데 없었고, 국가도, 가족도 없었고 오로지 살아남고자 하는 의지 하나만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의지마저도 소중한 사람들을 잃을 때마다 조금씩 깎여나가고 소멸해 갔습니다. 전쟁 막바지에 이르러 파울 보이머와 함께 했던 동급생 알베르트, 크로프 등이 죽고 파울 보이머와 그의 전우 카친스키만 남게 됩니다. 시간이 지나 독일의 패배가 거의 확정되자 독일 참모진들은 프랑스에게 굴복적인 조건을 받아들이고 휴전을 하기로 합니다. 곧 휴전을 할 거라는 말들이 전장에도 흘러 들어오면서 어느새 희망의 빛이 감돌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얼마 안 있어 카친스키 또한 총알을 피하지 못하고 죽음에 이르게 됩니다. 

혼자 남은 파울 보이머는 모든 게 허탈해졌습니다. 하지만 휴전을 하는 것과 별개로 그의 연대의 장군은 휴전이 시작되기 전에 마지막 전쟁을 일으킵니다. 곧 휴전을 할거라 생각했던 독일군은 절망에 빠졌고 몇몇 대항한 군인들은 총살을 당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들은 휴전 몇 시간을 앞두고 프랑스군을 향해 진격합니다. 프랑스군 또한 당황스럽기는 마찬가지. 그들은 곧 평화가 올 거라는 생각에 들떠 있었지만 독일군의 공격으로 엄청난 타격을 입게 됩니다.

파울 보이머는 마지막 전투에서 자신보다 늦게 들어온 학생 예비군을 지키기 위해 싸우다 적의 칼에 찔려 죽게 됩니다. 그리고 얼마 안 있어 휴전은 성사되고 평화가 찾아옵니다.

영화 막바지에는 이러한 네레이션이 나옵니다. "1914년 10월에 전쟁 발발 이후 서부 전선의 전투 양상은 참호전으로 굳어졌다... 이곳에서 3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죽음을 당했고, 1차 세계대전에서 대략 1700만명이 목숨을 잃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영화의 마지막 말은 이렇게 끝이 납니다. (300만 명이 죽고 파울 보이머 또한 안타까운 죽음을 맞이했지만 여전히) "서부전선 이상 없다."

 

총평

전쟁이란 무엇인가요? 전쟁은 바로 탐욕입니다. 전쟁이란 욕심을 내는 것에 대한 대가입니다. 인간의 욕심이 가장 최악으로 다다랐을 때 그것은 전쟁이 됩니다. 전쟁 속에서 병사들은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그저 살기 위해 누군가를 죽일 뿐입니다. 그들은 살았지만 그들의 감정과 마음은 전쟁 속에서 모두 죽임을 당합니다. 인간이 가장 무서운 것은 인간이 비인간적일 때입니다. 사람이 사람으로 보이지 않는 순간 우리는 인권 유린을 하고 강간을 하며 고문을 실시합니다. 그리고 그 비인간화가 가장 두드러지게 나타나는 것 또한 전쟁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전쟁을 하지 않고 있으니까 행복한 걸까요? 아닙니다. 사실 우리는 지금도 전쟁 속에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보이지 않는, 일어나지 않는 전쟁일지라도 우리는 계속해서 전쟁을 하고 있습니다. 경쟁과 한정된 자원이라는 현실의 시스템은 늘 우리를 절박하고 긴장되게 만듭니다. 그리고 처절하게 살아남기 위해 누군가를 죽여야한다고 말합니다. 동료도 전우도 내가 살아있을 때만이 가능한 말이기에 내가 지금 죽어가고 있는데 누군가를 보살핀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입니다.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 인간은 얼마나 연약하고 악하고 비합리적인지 느끼게 됩니다. 그저 먹고 마시고 평안함만이 우리 인간이 바라는 것입니다. 우리는 수많은 가치가 있고, 성격이 있고 감정이 있으나 인간의 참혹한 현실은 우리 인간을 인간되지 못하게 만듭니다. 물론 영화와 같은 실제로 삶과 죽음을 직면하고, 옆에서 피가 튀고 있지 않지만 우리는 여전히 가슴속에서 피를 흘리고 있습니다.

이 세상이 참으로 버겁다고 느낄 때가 많고, 내 주변에는 아무도 없는 거 같고, 평생 사랑받지 못할 것처럼 느끼며, 나는 실패할 것이라는 두렵고 무서운 마음이 있습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인간은 계속 살아가야 하는 존재라는 것입니다. 그리고 어차피 살아가야 한다면 저는 적어도 인간됨을 포기하고 싶지 않습니다. 아무리 상황이 힘들고 어렵더라도 동료를 돌보고 싶고, 나 하나 입에 풀칠하기 힘들다고 해서 옆 사람의 고통과 아픔을 외면하지 않고 싶습니다.

제가 이 영화에서 좋아했던 부분이 바로 그런 부분입니다. 더 이기적일 수 있고, 더 냉정해질 수 있는 상황에서도 누군가는 인간이기를 포기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따뜻함을 나누고 누군가는 생명의 말을 하며 누군가는 선행을 베풀었습니다. 한치 앞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누군가를 배려하고 응원하는 모습들이 영화가 끝난 지금도 눈에 선합니다. 그들은 인간의 존엄성을 버리지 않았고 그들만의 양심을 지켜냈습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싸우다 결국 죽음을 맞이하지만 그렇게 죽은 주인공은 결코 후회하거나 절망적인 모습은 아니었습니다. 그는 친구의 유품으로 남긴 스카프를 손에 쥐어 주고 눈을 감습니다. 그리고 그 때문에 살게 된 소년 병사는 그의 스카프를 또 목에 두르게 됩니다.

인간의 따뜻함은 전염됩니다. 세상이 벅차고 힘들지라도 희망을 그릴 수 있으며 돈이 아니어도 인간은 행복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병원 떄문에, 몸이 아픈 것 때문에, 또는 주변에 누가 없어도 우리는 행복할 수 있습니다. 따뜻함을 조금이라도 건네주는 사람이 되길 원합니다. 그렇게 전쟁 속에서도 사랑이 피어나길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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