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미 : ★★★★
감동 : ★★★
시사점 : ★★★★
영화 정보 및 줄거리
이 영화는 '빛의 마술사'라고 불리는 신카이 마코토의 작품입니다. 영화 ‘너의 이름은’이 우리나라에서 대히트를 치면서 이 감독에 대한 신뢰도가 무척 올라간 상태라고 할 수 있지요. 최근의 개봉한 '스즈메의 문단속'을 리뷰하기 전에 먼저 전작인 '날씨의 아이'를 포스팅 해보았습니다. 영화 '날씨의 아이' 가출 청소년을 다룹니다. 이야기는 어딘가 얼굴에 상처를 입은 호카다(주인공)는 자신의 집인 섬을 떠나 도쿄에 도착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그는 잘 곳과 일할 곳을 찾지만 가출 청소년인 그에게 일자리와 잠자리를 제공해주는 곳은 없습니다. 하지만 배에서 우연히 만났던 스가가 운영하는 잡지사에 다다르고 그곳에서 잡지의 주제인 '날씨의 아이'에 대해 취재를 시작합니다.
날씨의 아이란 날씨를 조종하는 능력에 관한 것인데 전례없는 대폭우를 기록하는 도쿄에서는 맑음의 아이가 반드시 필요한 상황이었습니다. 그리고 취재를 하던 중 호카다는 맑음의 아이인 히나를 알게 됩니다. 그들은 생활하는 데 있어 돈이 필요하기에 호카다는 그녀의 능력을 통해 사람들에게 돈을 받으며 비가 오는 것을 잠시나마 맑게 만듭니다.
하지만 날씨의 아이에게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었는데요. 그것은 바로 맑음의 아이는 곧 날씨를 위해 제물이 된다는 것이었습니다. 날씨를 맑게 할수록 그녀의 몸 일부가 물방울 형태로 변했고 결국에는 그녀가 사라져야만 도쿄의 기록적인 폭우가 사라지고 날씨가 원래대로 돌아온다는 것이었습니다. 히나는 자신을 희생하는 것이 두려웠지만 모두를 위해 기꺼이 날씨를 맑게 하고, 그녀가 사라짐과 동시에 도쿄는 다시 맑은 날씨로 돌아옵니다. 하지만 호카다는 그녀가 없는 세상을 인정하지 않았고 그녀가 갇혀 있는 구름으로 그녀를 구하러 갑니다. 결국 그들은 서로를 의지하며 다시 밖으로 나온 후 도쿄는 물에 잠기게 됩니다.
제물
이 영화는 어쩌면 기독교적 세계관에 대한 비판이자 전체주의를 향한 냉소한 시선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독교에서는 예수 하나가 죽음으로써 온 인류가 구원을 받는다는 세계관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영화 '날씨의 아이'도 히나 한명이 희생함으로써 도쿄가 구원을 얻는 서사를 갖습니다.
그런데 과연 한명의 희생으로 모두가 행복하다면 그것은 올바른 세계일까요? 필자가 얻은 해답은 그렇지 않다입니다. 왜냐하면 한 명의 희생으로 구원된 세계라면 또 다시 한 명의 희생이 필요한 순간, 그들은 가차없이 사람을 희생시킬 것이며, 결국에는 한명 한명을 죽음으로 몰아 모두가 파괴되는 세상이 될 것입니다. 결국 한명이 희생할 거라면 '나만 아니면 돼' 라는 이기주의가 팽배할 수밖에 없는 것이지요.
우리는 이와 더불어 수많은 설화에서 제물에 대한 이야기를 듣습니다. 제물을 줌으로써 다른 모두가 구원을 얻는 세계, 신카이 마코토는 그러한 세계는 결코 이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작품을 통해 얘기하는 거 같았습니다. 또한 이것은 곧 일본 특유의 개인을 희생해 집단을 성장시키는 전체주의를 비판하는 것이라고도 볼 수 있었습니다. 이 영화가 일본에서 큰 흥행을 거두지 못했는데 이것에 대한 이유로 몇몇 전문가는 이런 감독의 비판의식 때문이라고 지적하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감독은 이 희생에 대한 아이디어를 작고 연약한 여자아이를 제물로 삼아 좀 더 노골적으로 드러내었고, 어린 아이마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희생시키는 어른들을 영화를 통해 보여주고 있습니다.
가출 청소년
호카다와 히나는 굉장히 불우한 환경을 지니고 있습니다. 호카다는 처음 등장부터 얼굴에 여기저기 흉터가 있는 것으로 보아 필자는 가정 폭력을 당해 가출을 시도한 것으로 추측했습니다. 그리고 히나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후 혼자 동생을 돌보며 학교도 다니지 않고 일을 합니다. 도쿄에서 그들을 돌봐주는 사람은 아무도 없습니다. 자원 봉사자도 기관도 그들에게 관심을 가져주지 않습니다. 특히 신분증이 없으면 어딘가에서 잘 수도 없고, 밥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심지어 히나는 미성년임에도 불구하고 고액 아르바이트를 위해 조폭에게 유인당하기도 합니다. 이러한 열악한 상황을 연출하는 것은 선진국이라는 일본에서도 여전히 청소년에 대한 문제는 심각한 사안이라는 것을 말해주려고 한 것으로 보입니다. 그들을 오갈 데 없이 애처롭게 놔둔 것은 단순히 사회일까요 아니면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일까요. 우리는 다시 한 번 어려운 사람들, 특히 어린아이와 노인에 대해 애정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아야 합니다. 여전히 고통받고 힘겨운 사람들은 우리 주변에 있다는 것을 이 영화는 계속해서 말해주고 있습니다.
자기와 타인
영화의 주인공 호카다와 히나는 정반대의 삶을 살았습니다. 호카다는 자신을 위해 살아가는 사람이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상황이 싫어 모든 책임을 벗어던진 채 도쿄로 향합니다. 그리고 그는 오로지 자기 자신만 생각합니다. 그를 위해 돈을 벌며 그를 위해 일을 하고 그를 위해 먹고 마십니다. 인간이라면 당연한 처사이기도 합니다. 살아남기 위해 그는 우연히 주운 총을 쏘는 것도 마다치 않습니다.
이와 반대로 히나는 오로지 자신을 희생하며 살아갑니다. 처음에는 아픈 엄마를 돌보고, 엄마가 돌아가신 후에는 동생을 지원하기 위해 힘든 일을 마다하지 않습니다. 심지어 다른 사람들이 기뻐하는 모습을 보며 자신을 희생하면서까지 날씨를 맑게 만듭니다. 그녀는 타인에게 봉사하고 희생하는 것이 몸에 베인 사람입니다.
하지만 이 둘이 만나면서 서로에게 깊은 영향을 주게 됩니다. 호카다는 히나를 통해 누군가를 위한다는 것이 무엇인지 배웁니다. 그는 그녀를 위해 선물을 사고 함께 시간을 보내며 마지막에는 자신의 신변이 위협당하면서까지 그녀를 구하러 갑니다. 이와 반대로 히나는 호카다를 만나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는지 알게 되고 마지막 장면에서 도쿄 대신 자신의 행복을 선택하며 이야기를 맺습니다. 결국 이 영화가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은 우리가 어떻게 살아야 하는가에 대한 답으로서 자신을 희생하지 않으면서 남에게 헌신하는 것. 이것이 영화가 우리에게 던져주는 메시지이자 호카다와 히나가 성숙하고 성장한 방식이라는 것을 말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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